“싸다고 성능까지 낮추지는 않았다.” 볼보가 파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국내 수입차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100년이 넘는 전통의 안전 브랜드가 전기차 시대를 맞아 가성비까지 앞세우며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볼보의 소형 전기 SUV ‘EX30’은 지난 3월 478대가 팔리며 수입 전기차 부문 1위에 올랐다. 폭스바겐 ID.4(407대), 아우디 Q4 e-트론(362대), 폴스타4(307대)를 모두 제쳤다. 볼보의 3월 총 판매량은 1,424대로, 한 달 전보다 36% 급증했다.
EX30의 가장 큰 무기는 가격이다. 국내 판매 가격이 4,755만~5,183만 원으로, 스웨덴·독일 등 본토보다 2,000만 원 이상 낮게 책정됐다. 정부 보조금까지 더하면 4,000만 원 초반에 구매할 수 있어 테슬라 모델Y와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했다. 중형 내연기관 세단 가격으로 유럽산 프리미엄 전기 SUV를 살 수 있게 된 셈이다.

전장 4,235mm, 전폭 1,840mm의 콤팩트한 차체는 도심 주행에 최적화됐다. 짧은 전방 오버행 설계로 좁은 골목길이나 회전 반경이 작은 주차장에서도 운전이 수월하다. 실내는 미래지향적 디자인을 채택했다. 전통적인 계기판을 없애고 IR 센서만 남긴 것이 특징이다. 이는 운전 중 졸음이나 하품을 감지해 휴식을 권하는 기능으로, 볼보의 안전 철학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12.3인치 세로형 중앙 디스플레이는 모든 정보를 통합 제어한다. 화면 상단에는 속도계, 하단에는 공조 장치를 배치했고, 차선 내 위치 정보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세로형 내비게이션은 전방 시야를 넓게 확보할 수 있어 실용적이다.

물리적 버튼이 거의 없는 대신 음성인식 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였다. “성에 제거해줘”, “볼륨 낮춰줘” 같은 복잡한 명령도 정확히 인식한다. 컴팩트한 외관과 달리 실내 공간은 효율적으로 설계됐다. 센터 콘솔의 다용도 설계와 탈착식 컵홀더, 휴대폰 슬롯 등은 실용성을 높였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뒷좌석이 다소 좁고, 무선 충전 패드가 너무 낮아 스마트폰을 넣고 빼기가 불편하다. 창문 스위치가 중앙 콘솔에 있어 직관성이 떨어지고, 자동 주차 시스템은 사용자 조작이 많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제 전기차 소비자들은 단순히 배터리 용량과 주행거리만 따지지 않는다. 브랜드 가치와 디자인, 사용 편의성도 중요한 구매 기준이 됐다. 볼보 EX30은 이런 시장 변화를 정확히 읽어내며 ‘합리적 가격의 유럽 프리미엄’이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전통의 안전 브랜드가 전기차 시대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