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의 괴물’이 나타났다. 2톤이 넘는 대형 SUV가 준중형차급 연비를 기록했다. 현대자동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가 하이브리드로 진화하면서 상식을 뛰어넘는 성능을 보여줬다.

한국에너지공단이 최근 인증한 자료에 따르면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는 최고 14.1km/L의 복합 연비를 달성했다. 기존 가솔린 모델이 도심에서 리터당 7~8km를 달린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운 효율이다. 이는 2톤이 넘는 대형 SUV가 1500cc 준중형차 수준의 연비를 보여준 것으로, 하이브리드 기술의 진보를 여실히 보여준다.
연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이가 있다. 18인치 휠을 장착한 2.5T-GDI HEV 2WD(전륜구동) 모델이 14.1km/L로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휠 사이즈가 커질수록 연비는 12.5~12.7km/L로 떨어졌고, 사륜구동 모델은 11.4km/L에 머물렀다.

이번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의 진가는 힘에서도 드러난다. 현대차가 처음 선보인 ‘TMED-II’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2.5L 터보 엔진(262마력)에 73마력 전기모터를 더해 시스템 합산 최고출력 334마력을 뽑아낸다. 이는 경쟁 차종을 압도하는 수치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2.0L 이상 하이브리드차는 복합연비가 13.8km/L를 넘어야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18인치 휠 모델만이 이 기준을 통과했다. 4,982만 원부터 시작하는 고가 모델인 만큼, 더 많은 트림에서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의 등장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대형 SUV = 낮은 연비’라는 공식을 깨뜨린 것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더 많은 소비자가 이 혁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