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중국 시장 재도약을 위해 27인치 대형 스크린을 탑재한 전기 SUV ‘일렉시오’를 공개했다. 기존 현대차 디자인 철학을 완전히 뒤집은 파격적 변신이다.
현대차는 지난 8일 중국 상하이에서 전기 SUV ‘일렉시오(Elexio)’를 세계 최초 공개했다. 이 차의 가장 큰 화제는 단연 실내에 설치된 27인치 듀얼 스크린이다. 센터콘솔에서 조수석까지 이어지는 이 거대한 디스플레이는 테슬라 모델S의 17인치보다 10인치나 크다.
4K 해상도를 지원하는 이 스크린은 중국 전기차 업계에서도 최대 수준이다. 여기에 운전석 전용 계기판 디스플레이까지 더해져 완전한 ‘디지털 콕핏’을 완성했다. 그동안 현대차 특유의 복잡한 물리 버튼들은 대부분 사라지고, 스티어링 휠 컨트롤과 기어 레버 정도만 남겼다.
외관 디자인 역시 기존 아이오닉 시리즈와는 완전히 다른 길을 택했다. 그릴을 없앤 전면부에 스포티한 에어댐을 배치했고, 수평형 헤드램프 아래 풀 와이드 LED 스트립으로 미래적 인상을 강조했다. 측면의 조각적 펜더 라인과 블랙 처리된 D필러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를 연상시킨다.
성능도 중국 시장 기준에 맞췄다. E-GMP 플랫폼 기반으로 1회 충전 시 700km(CLTC 기준) 주행이 가능하며, 30-80% 급속충전 시간은 27분에 불과하다. 퀄컴 SA8295 칩셋 기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레벨 2+ 자율주행 기능까지 탑재했다.
주목할 점은 현대차가 글로벌 브랜드 통합 전략을 포기하고 중국만을 위한 별도 모델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아이오닉’ 브랜드명도 버리고 ‘일렉시오’라는 새로운 이름을 택했다. 이는 현대차로서는 이례적인 결정이다.
이런 파격적 변화의 배경에는 중국 시장에서의 절체절명 위기가 있다. 한때 연간 100만 대 이상 팔렸던 현대차는 BYD, 니오 등 중국 브랜드들의 급부상에 밀려 시장 점유율이 추락했다. 올해 초 합작사 BAIC에 11억 달러를 추가 투자한 것도 이런 위기감의 반영이다.
현대차가 27인치라는 ‘스크린 무기’와 함께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렉시오는 수개월 내 중국 시장에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