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V80 대신 이거?” 7000만원대 日 럭셔리 SUV, 페이스리프트로 180도 달라졌다

일본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가 미국에서 2026년형 QX60을 출시했다. 시작 가격 5만1200달러(약 6900만원)로 전년 대비 140만원 오른 이 3열 럭셔리 SUV가 과연 제네시스 GV80과 경쟁할 수 있을까.

인피니티 QX60
인피니티 QX60

솔직히 기존 QX60의 디자인은 아쉬웠다. 7000만원대 럭셔리 SUV라기엔 임팩트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페이스리프트는 확실히 다르다. 조명이 들어오는 인피니티 엠블럼이 적용된 새 그릴은 밤에도 브랜드 정체성을 확실히 드러낸다. 디지털 피아노 키 형태의 주간 주행등도 세련됐다. BMW X7이나 아우디 Q7 못지않은 프리미엄함이 느껴진다.

전장 5031mm, 전폭 2184mm의 당당한 체격에 축거 2900mm로 넉넉한 실내공간을 확보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대형 3열 SUV의 조건을 충실히 갖춘 셈이다.

인피니티 QX60
인피니티 QX60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구글 빌트인으로 구글 맵스, 구글 어시스턴트, 구글 플레이 스토어까지 바로 쓸 수 있다. 스마트폰 없이도 차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테슬라가 보여준 ‘차량용 앱스토어’ 개념을 일본 브랜드가 적극 수용한 모습이다.

여기에 클립쉬 프리미엄 오디오와 프로파일럿 어시스트 2.1 반자율주행까지 갖췄다. 기술적으론 현재 미국에서 출시되는 어떤 럭셔리 SUV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인피니티가 영리한 건 트림 구성이다. 엔트리 퓨어 트림도 LED 조명, 전동 리프트게이트, 20인치 휠, 8방향 전동시트, 열선 스티어링휠까지 기본으로 준다. 7000만원대 차로선 나쁘지 않은 구성이다.

인피니티 QX60
인피니티 QX60

새롭게 추가된 스포츠 트림(6만1700달러·약 8390만원)은 메시 그릴과 블랙 액센트로 젊은 감각을 살렸다. 최상위 오토그래프(6만6150달러·약 9000만원)는 마사지 시트와 20스피커 클립쉬 오디오로 ‘진짜 럭셔리’를 표방한다.

아쉬운 건 엔진이다. 1997cc 4기통 싱글터보로 268마력, 39.5kg·m를 낸다. 9단 자동변속기에 전륜구동과 사륜구동을 선택할 수 있지만, 5미터 넘는 대형 SUV치곤 다소 아쉬운 수치다.

인피니티 QX60
인피니티 QX60

물론 연비 측면에서는 유리하겠지만, 미국 소비자들이 대형 럭셔리 SUV에 기대하는 건 여유로운 파워다. 이 부분에서 아킬레스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때 렉서스를 위협했던 인피니티도 최근엔 존재감이 많이 줄었다. 하지만 이번 QX60의 완성도를 보면 ‘컴백’에 대한 기대감이 든다. 특히 구글 빌트인 같은 첨단 기술과 합리적인 가격 정책은 분명 어필 포인트다. 문제는 브랜드 파워인데, 과연 미국 소비자들이 다시 인피니티 쇼룸을 찾을지 지켜볼 일이다.

아쉽게도 인피니티 코리아가 2020년 철수한 이후 국내에선 이런 매력적인 모델을 볼 수 없게 됐다. 미국 현지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아쉬운 럭셔리’가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