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리자동차가 올해 말 한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90% 자동화 공장과 부품 자급률로 현대차 절반 가격에도 수익을 내는 비결이 공개됐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 충격파가 예상된다.

지리자동차 후저우 창신 스마트 기지는 말 그대로 ‘무인 공장’이다. 60초마다 완성차 한 대가 생산라인을 빠져나간다.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2,000대가 넘는 로봇팔과 자동화 기계들만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자동화율 90%는 현대차 울산공장과 비교해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현대차가 아직도 사람 손에 의존하는 제조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중국은 이미 미래형 공장을 가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부품 자급률이다. 엔진부터 반도체, 배터리까지 핵심 부품을 모두 자체 생산한다. 현대차처럼 협력업체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이는 원가 경쟁력에서 압도적 우위를 가져다준다.
지리자동차가 한국에 들고 올 브랜드는 프리미엄 전기차 ‘지커(Zeekr)’다. 프리미엄을 표방하지만 가격은 현대 아이오닉보다 훨씬 저렴할 전망이다. 같은 급 차량을 현대차 절반 가격에 팔아도 남는 장사가 가능한 구조다.

현대차에게는 악몽 같은 시나리오다. 이미 유럽에서는 중국 전기차들이 현지 브랜드를 밀어내고 있다. 지난해 중국 업체들이 해외에서 판매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만 200만대에 달한다. 중국 내 과잉생산으로 해외 시장에 물량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시장의 의미는 더 크다.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면 유럽, 미국 진출이 한결 수월해진다. 지리자동차도 한국을 ‘시험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 시장이 막힌 상황에서 한국은 새로운 돌파구가 되고 있다.

정부의 중국차 견제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저렴하고 좋은 차를 구매할 수 있다면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다. 현대차로서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했다.
제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사람이 아닌 로봇이 차를 만드는 시대, 협력업체가 아닌 자체 생산으로 원가를 줄이는 시대다. 현대차가 이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가 생존의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