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만 원대 세단의 배짱” 2025 K9이 럭셔리 시장에서 보여준 새로운 기준

때로는 조용한 진화가 더 큰 울림을 준다. 기아가 선보인 2025년형 K9이 그렇다. 화려한 변화 대신 프리미엄 세단의 본질에 집중한 이번 모델은, 럭셔리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2025 기아 K9
2025 기아 K9

운전석에 앉아 손을 뻗으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이 있다. 새롭게 적용된 에르고 모션 시트와 전동식 익스텐션 시트, 전동 볼스터의 감촉이다. 이제는 최상위 마스터즈 트림의 동승석까지 에어셀 타입 허리지지대가 기본으로 적용됐다. 오랜 시간 앉아있어도 피로감이 덜한 이유다.

뒷좌석은 더욱 특별하다. 3,105mm의 긴 휠베이스가 선사하는 여유로운 공간감은 물론, 이제는 전 트림에 시트벨트 버클 조명까지 기본으로 갖췄다. 얼핏 사소해 보이는 이 작은 배려가, 어두운 밤 탑승객의 안전과 편의를 동시에 책임진다.

2025 기아 K9
2025 기아 K9

파워트레인은 이미 검증된 두 가지 심장을 그대로 이어간다. 3.8 가솔린과 3.3 가솔린 터보. 특히 3.3 터보는 370마력의 출력과 52kg·m의 강력한 토크로 정숙하면서도 강인한 주행 성능을 보여준다. 여기에 전방 예측 변속 시스템이 도로 상황에 맞춰 최적의 기어를 선택하고,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노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안정감을 더한다.

주목할 만한 것은 ‘베스트 셀렉션Ⅰ’ 트림이다. 플래티넘을 기반으로 모니터링 팩, 컴포트 팩, 헤드업 디스플레이, 19인치 휠, AWD 시스템까지 실용적인 고급 사양들을 한데 모았다. 불필요한 옵션은 걷어내고 실질적으로 필요한 프리미엄 요소만을 담아낸 실속형 패키지다.

2025 기아 K9
2025 기아 K9

가격은 3.8 가솔린 플래티넘이 5,871만 원부터 시작한다. 최상위 3.3 터보 베스트 셀렉션Ⅱ는 8,582만 원. 작년 대비 소폭 인상됐지만, 적용된 사양과 성능을 고려하면 여전히 매력적인 포지션이다.

럭셔리의 정의는 시대에 따라 변한다. 하지만 세단이 추구해 온 기본 가치, 바로 정숙성과 안정감, 그리고 탑승객을 배려하는 섬세함은 변함없이 중요하다. 2025년형 K9은 바로 이 지점에 방점을 찍었다. 화려한 수식어 대신 진정성 있는 진화를 선택한 것이다.

2025 기아 K9
2025 기아 K9

세단의 품격이란 무엇일까. 어쩌면 그것은 굳이 소리 높여 외치지 않아도 편안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능력일지 모른다. 2025년형 K9이 보여주는 럭셔리의 새로운 정의가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