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가 대형 SUV 시장에 새 강자를 내세웠다. 올 하반기 국내 출시 예정인 신형 트래버스는 전장 5,235mm의 웅장한 차체로 준대형 SUV 최강자 팰리세이드(5,060mm)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미국의 ‘슈퍼사이즈’ DNA를 그대로 담은 이 차는 3열까지 성인이 편하게 탈 수 있는 실내 공간이 최대 강점이다.

이번 풀체인지 모델은 디자인부터 달라졌다. 쉐보레 대형 SUV ‘타호’의 디자인 언어를 차용해 듀얼 포트 그릴과 분리형 LED 헤드램프로 강인한 인상을 완성했다. 사각 쿼드 머플러와 와이드한 휠 아치는 미국 머슬카의 DNA를 SUV에 녹여냈다는 평가다.

실내는 럭셔리 세단 못지않은 첨단 사양으로 무장했다. 11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7.7인치 터치스크린을 기본 탑재했고, 벤츠처럼 컬럼식 기어 변속기를 적용해 센터 콘솔을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3,070mm의 긴 휠베이스 덕분에 확보한 넓은 실내는 최대 2,764L의 적재공간으로 변신이 가능하다.

파워트레인도 효율성을 높였다. 기존 3.6L V6 엔진 대신 2.5L 터보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328마력, 최대토크 45.1kg·m의 동력을 뽑아낸다. 복합연비는 전륜구동 기준 9.8km/L로, 배기량 다운사이징이 연비 개선으로 이어졌다.

특히 오프로드 성능도 주목할 만하다. Z71 트림은 트윈 클러치 AWD 시스템과 전용 서스펜션으로 무장했다. 최대 2,268kg의 견인능력은 캠핑이나 보트 트레일러 견인에 충분한 수준이다. 여기에 GM의 반자율주행 기술 ‘슈퍼 크루즈’까지 탑재해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도 강화했다.

국내 출시 가격은 LT 트림 기준 5천만원대, 최고급 하이 컨트리 트림이 8천만원 선에서 형성될 전망이다. 팰리세이드(4,447만~5,946만원)보다는 다소 비싸지만, 차체 크기와 성능을 고려하면 준수한 가격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대형 SUV 트렌드인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 현재 중국 전용으로 판매 중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의 국내 도입이 시급해 보인다. 특히 최근 유류세 인하 종료와 강화되는 환경규제를 고려하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형 트래버스는 미국에서도 연간 10만대 이상 판매되는 인기 모델이다. 비록 텔루라이드(115,640대)와 팰리세이드(111,055대)에는 다소 밀리지만, 진정한 아메리칸 SUV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는 매력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