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기업 BYD가 상하이모터쇼에서 공개한 신형 SUV ‘씨라이언 06’이 제네시스 GV60의 디자인을 그대로 베꼈지만 가격은 40% 이상 저렴한 3천만 원대로 책정해 주목받고 있다. 차체 크기는 테슬라 모델Y보다 크고,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두 가지 파워트레인으로 출시된다.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의 디자인 모방과 가격 공세가 한국 자동차 산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BYD가 공개한 씨라이언 06는 한 눈에 봐도 제네시스 디자인을 연상시킨다. 특히 제네시스의 상징과도 같은 투-라인 분리형 LED 헤드램프와 그릴리스 전면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차용했다. 최근 페이스리프트된 GV60와 전면부 디자인이 놀라울 정도로 흡사해 ‘클론카’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디자인적 차이점도 존재한다. GV60가 쿠페형 SUV 스타일을 추구하는 반면, 씨라이언 06은 보다 직선적인 전통 SUV 형태를 채택해 실내 공간과 실용성을 강조했다. 후면 디자인에서는 BYD ‘씰’ 세단의 디자인 언어를 발전시킨 풀-와이드 테일램프가 적용됐으며, 고급 브랜드 벤틀리를 연상시키는 라이트바 형태도 특징적이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BYD의 업그레이드된 ‘e-플랫폼 3.0 에보’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순수 전기차(EV)는 후륜구동 단일 모터와 사륜구동 듀얼 모터 두 가지 버전으로 나뉘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은 1.5리터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를 결합한 시스템을 탑재했다.
주목할 만한 특징은 파워트레인 종류에 관계없이 외관 디자인이 완전히 동일하다는 점이다. 심지어 휠 디자인까지 같아 소비자들이 외관만으로는 어떤 파워트레인을 선택했는지 구분할 수 없다. 이는 설계 및 생산 비용을 절감하려는 BYD의 전략으로 보인다.

차체 크기는 전장 4,810mm, 휠베이스 2,820mm로, 경쟁 모델인 테슬라 모델Y나 제네시스 GV60보다 크다. BYD 라인업에서는 씨라이언 07보다 한 단계 아래에 위치하지만, 실제 차체 크기 차이는 전장 기준 20mm에 불과해 사실상 동급 모델로 볼 수 있다.

가장 주목할 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중국 시장 예상 가격은 16만~20만 위안(약 3,200만 원~4,000만 원)으로, 이는 유사한 크기와 성능의 테슬라나 제네시스 모델보다 약 40% 저렴한 수준이다.
이러한 가격과 디자인 전략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공략 방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미 검증된 프리미엄 브랜드의 디자인을 모방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제네시스 디자인이 글로벌 시장에서 벤치마킹 대상이 될 만큼 경쟁력을 갖추었음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국내 자동차 산업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디자인 모방 논란에도 불구하고 BYD의 가격 경쟁력은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위협 요소다. 결국 자동차 산업은 디자인 혁신과 기술력, 그리고 가격 경쟁력의 균형이 중요한데, BYD는 디자인 모방을 통해 약점을 보완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 자동차 메이커들이 이러한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